인류학은 인간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주목하는 학문이다. 때문에 '종교'는 인류학의 중요한 연구 영역이다. 역사적, 지리적으로 다양한 사회문화에서 초자연과 성스러움에 대한 믿음과 신앙 유형이 보편적으로 발견되며, 종교에 대한 이해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인류학에서는 성스러움의 경험을 인식하는 주체인 '종교적 인간'(homo religious)을 전제로 "무엇을, 왜 믿는가,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 즉 세계 속 인간의 존재 양식을 설명하는 것이 일차적 연구과제가 된다. 나아가 종교적 믿음의 유형과 종교현상의 다양성을 탐구하기도 하며, 종교 행위자의 입장에서 종교 현상 내부의 논리와 체계를 해석한다. 따라서 인류학적 종교연구에서는 신학이나 종교학과는 달리 종교 현상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관찰이 중요한 연구 방법이다. 종교 현상의 다양성은 생태학적·경제적·사회적 제도 등 사회 전반의 조건들과 관련이 깊은데, 인류학적 종교연구는 이를 고려하여 사회문화적 현상으로서의 종교에 대해 연구한다. 종교에 대한 인류학적 정의는 다양하고 방대하지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종교는 인간의 심리적 욕구를 만족시키며 존재의 불안과 이해 불가능한 삶의 패러독스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나아가 종교는 일정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세계를 이해하는 인식 체계가 된다. 종교인류학자는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문화적 맥락에 놓인 인간의 종교적 경험을 이해하고자 한다. 종교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는 서구사회의 자기 발견에 대한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비서구사회의 이색적인 원시종교와 서구사회의 종교에 대한 비교연구가 인류학적 종교연구의 근간이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토템 의례, 시베리아의 샤머니즘 등 원시종교는 서구 그리스도교의 교리나 의례와 연관 지어 연구되었다. 인류학사의 맥락에서 종교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크게 "종교진화론", "종교기능론", "종교상징론"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종교진화론"이 종교의 역사적 기원에 주목한다면 "종교기능론"은 종교의 사회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며 "종교상징론"은 종교의 심미적 상징과 의미에 중점을 둔다. 종교 일반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19세기 역사주의로부터 시작되었다. 역사주의는 인류의 정신적·사회적 진화가 저급한 단계에서 고급한 단계로 진보한다고 본다. 이는 종교연구에도 영향을 미쳐 종교의 진화 과정에 대한 설명에서 진화의 정점을 서구사회의 중심 종교인 그리스도교에 위치하게 함으로써 서구중심주의적 관점을 반영하는 결과를 낳았다. 종교진화론은 종교를 초자연적 경험에 대한 원시인들의 추리에서 기원하여 문명화된 사고 형태로 진화하는 논리적 결과물로 이해한다. 종교진화론은 정령신앙(animism)과 같은 원시적 종교개념은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원시적 환경에서 이루어진 잘못된 합리화일 뿐, 합리적 사고의 결과라고 보았다. 진화론적 사고에 따르면 원시적 환경에서 발견되는 종교적 믿음에서 역사적 종교들이 기원한 것이며, 종교의 기원으로서 원시종교를 분석하면 종교 일반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원시종교론은 진보적 경향과 회귀적 경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류학적 원시종교론은 진보적 경향을 보인다. 진보적 경향의 종교기원론의 대표적인 인류학자로는 타일러를 들 수 있다. 타일러는 종교적 기원이 영혼에 대한 믿음(doctrine of soul)에 있다고 여겼으며, 인간 사고의 문명화 단계에 따라 정령신앙이 다신교(polytheism)로 제도화되고, 나아가 유일신교(monotheism)로 점차 진보한다고 보았다. 그는 믿음 체계의 유형과 사회발전 단계를 연결하였는데, 정령신앙은 미개한 단계의 수렵 채집사회에서 주로 나타나며 초기 농경사회와 도시사회에서는 신화 기반의 다신교가 발생하고, 유일신교는 최종 문명 단계에서 발전한다고 보았다. 종교진화론이 종교의 기원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형성되었다면, 기능주의 종교론은 종교가 사회와 인간 심리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기능주의는 인간의 모든 행위가 사회 전체의 통합에 기여하는 특정 기능을 한다고 가정하므로 종교 또한 특정 기능을 한다고 여긴다. 20세기 초 시작된 종교 기능주의는 종교를 사회 구조와 연결 짓는 '사회적 기능주의'와 종교를 인간 심리와 연관하여 설명하는 '심리적 기능주의'로 구분된다. 사회적 기능주의의 대표적 학자로는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이 있다. 뒤르켐에 따르면 종교는 인간 심리나 정신 외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사회결속을 유지하고 사회통합의 기능을 수행한다. 1960년대에는 종교의 독자적 의미체계를 분석하고 내부자의 입장에서 해석하고자 하는 상징주의 종교론이 종교인류학의 주된 패러다임이 되었다. 상징주의 종교론은 의미를 담고 있는 상징에 주목하여 상징이 개인적·공식적 의미를 획득하고 표현하는 의례 과정에 대한 기술을 중요시한다. 상징주의 종교론은 '의례적 상징주의'와 '언어적 상징주의'로 구분할 수 있다. 의례적 상징주의를 개진한 미국의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는 저서 《문화의 해석》(1973)에서 종교를 "인간의 삶에 보편적 존재의 질서에 대한 관념들을 정립함으로써, 인간이 세상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정서적 감각을 지속시켜 주며 행동의 동기를 부여하는 상징 체계"로 정의한다. 그는 상징 체계로서의 종교를 통해 인간은 세계를 이해하고 고통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고 보았다. 기어츠는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일어난 장례식 사례를 통해 종교적 상징 체계가 어떻게 사회의 구조적, 심리적 변화를 이해하는 모델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언어적 상징주의는 구조주의 언어분석을 인류학에 적용하여 사람들이 상징을 사용하는데 일정한 규칙이 있다고 전제하고 상징적 분류체계의 논리를 분석하고자 한다. 언어적 상징주의의 대표적 학자인 영국의 메리 더글라스(Mary Douglas)는 종교연구의 주요 개념들인 성스러움, 순수함, 계율, 금기 등을 정/부정의 상징적 범주화 논리를 통해 재해석하였다. 신앙과 종교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는 종교를 독립된 형이상학적 현상이나 체계로 간주하지 않고 사회와 문화 내에서 형성된 것으로 여긴다. 종교의 교리(doctrine)나 경전(text) 등 종교 자체에 대한 연구보다는 사회문화적 맥락 내에서 종교를 연구한다. 따라서 인류학적 종교연구는 해당 사회의 구조, 역사, 경제체제, 국제 관계 등에 따라서 종교의 상징과 의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하는지에 대해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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