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류학(educational anthropology)은 교육의 문화적 측면을 다루는 인류학의 하위분과로, "공식적, 비공식적 교육을 인류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으로 정의 수 있다. 교육인류학에서의 '교육'은 새로운 세대에게 '현재의 문화'를 전승시키는 '문화의 전승'(transmission of culture)으로 정의된다. 교육의 내용인 문화는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교육도 끊임없이 변한다. 따라서 교육인류학에서는 교육을 독립적 실체로 보기보다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 있는 대상으로 본다. 교육인류학은 크게 교육현상의 이해를 목표로 하는 기초인류학적 연구, 교육현상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응용인류학적 연구, 연구자가 교육현상의 개선에 직접 참여하며 연구 결과의 실천과 연구가 순환적으로 이어지는 실천인류학적 연구로 구분할 수 있다. 교육인류학의 발전은 다른 인류학 분과에 비해 늦은 편으로, 20세기 중반까지는 교육을 '사회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다. 1950년대 미국의 조지 스핀들러(George D. Spindler)를 비롯한 교육인류학자들이 등장하였으나 당시 연구자들은 주로 비인류학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이후 1955년 《교육과 인류학》(Education and Anthropology)이 출판되며 교육인류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체계화되었다. 1960년대에는 미국 인류학자들의 학교 문제에 대한 참여가 증가하였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 사건이 영향을 끼쳤다. 첫째, 1960년대 미국이 사회적·정치적 위기를 마주함에 따라 인류학자들이 빈민 계층과 소수민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교육 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둘째, 당시 미국 교육학자들은 소수민족과 하층계급에는 '백인 중산층이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특성들(traits)'이 결여되어 있어 이들은 "문화적으로 결손" 되었고, 그 때문에 교육적 성취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인류학자들은 이러한 '문화결손이론'을 개념적, 방법적, 실재적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이들의 문화는 결손된 것이 아닌 다른 것일 뿐이라는 "문화의 불연속성" (cultural discontinuities) 이론을 새롭게 제안하였다. 셋째, 인류학자들이 공식적 교육과정에 인류학을 포함하고자 교육 과정과 학습 교재, 교사용 교재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며 교육과정에 대한 문화기술적 연구가 확대되었으며 인류학에 흥미를 가지는 교사들이 증가하였다. 이후 1969년에 설립된 '인류학과 교육협의회'(Council on Anthropology and Education)에서 1970년부터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하면서 인류학의 분과학문으로 교육인류학이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교육인류학은 인류학 내에서도 확산하였지만, 교육학자들 사이에서 "질적 연구"라는 이름으로 훨씬 더 급격하게 확산되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에는 링컨과 구바(Lincoln and Guba 1985)의 《자연주의적 탐구》 등 질적 교육연구 소개서들이 활발하게 출판되었으며 1990년대에는 질적 교육연구들만을 다룬 핸드북들도 다수 출판되었다. 한국에서의 교육인류학은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며, 1974년 한국 최초의 교육인류학 교재인 《문화과정과 교육》이 교육학자 김영찬 교수와 인류학자 이광규 교수 공저로 출판되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교육학 분야에서 교육인류학 연구가 빠르게 확산하였으며 1998년 한국교육인류학회에서 학술지 《교육인류학연구》를 창간한 이후 교육인류학은 교육학의 하위학문 분야로 자리 잡았다. 교육인류학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진 연구는 현대 초, 중등 학교교육에 대한 연구이지만, 초기에는 부족사회 및 전통사회에서의 교육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또 최근에는 대학교육과 학교 밖 교육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부족사회나 전통사회의 전통교육에 대한 연구는 연구 대상이 되는 전통교육체제가 대부분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주로 고문서의 내용을 분석하거나 노인들의 구술 자료를 수집하는 등 역사를 재구성하는 민족사(ethnohistory) 연구로 진행된다. 현대사회의 학교 이외의 교육 상황에 대한 연구로는 소년원(김영찬 1990), 야학(신지원 2017) 등 여러 교육 상황에 대한 연구가 있다. 학교 밖 교육에 대한 연구도 학교 교육에 대한 연구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나 학교 외의 교육 현장은 소규모인 경우가 많아 연구자가 연구현장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참여관찰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연구자들은 스스로 연구현장의 참여자가 되기도 했다. 또 다른 교육인류학의 주요 주제로는 연구 대상이나 나타난 현상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응용인류학적 연구가 있다. 대안 제시의 방법으로는 국내외의 성공 사례를 찾아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교육의 특징을 발견하는 방법이 주로 활용된다. 교육인류학의 역사와 현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교육인류학은 미래에도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교육인류학 연구들은 교육학 연구자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인류학에서의 교육인류학 연구는 소수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류학에서의 교육인류학 연구주제와 연구방법을 다양하게 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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