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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언어인류학 - 언어, 문화, 사회의 상호작용

by seawworld 202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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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는 인류학 발달의 초기부터 인류학의 핵심 방법론인 현지조사의 주된 도구이자 동시에 연구 대상 문화의 중요한 일부로서 강조되어 왔다. 인류학자는 연구 대상 사회의 토착 언어를 알아야지만 통역 없이 연구 대상 사회의 구성원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토착 언어는 연구의 핵심 도구가 된다. 토착 언어로 기록한 민담이나 설화 등은 현지조사를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언어는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를 반영하기 때문에 중요한 인류학적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이누이트(Inuit) 사회에서는 눈(snow)에 대한 정교한 어휘가 발견되는데, 이는 눈이 이누이트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언어는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도구이자 그 자체로 연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인류학의 중요한 연구 분야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언어인류학이라는 인류학의 하위 분과를 이뤘다. 언어인류학은 문화로서의 언어와 사회적 상호작용으로서의 의사소통을 연구한다. 우리는 일상의 상호작용에서 끊임없이 특정 어휘와 문장을 선택하며, 언어를 통해 지시적인 정보의 전달뿐 아니라 특정한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언어인류학은 이처럼 다양한 언어 선택과 언어 사용의 사회적 문화적 기능에 주목한다. 인류학에서의 체계적인 언어 연구는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로부터 시작되었다. 보아스는 연구 대상 사회의 언어를 알아야 현지조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미 인디언 사회를 연구하며 언어는 특정 사회 구성원 또는 특정 민족의 문화적 가치관을 반영하므로 언어 범주와 어휘의 분석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고유한 문화적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다(Boas 1911). 언어적 범주나 분류체계가 대상 사회 성원들의 세계관과 연관되어 있다는 보아스의 주장은 그의 제자인 에드워드 사피어(Edward Sapir)나 벤자민 워프(Benjamin Lee Whorf)의 주요 연구 주제로 발전되기도 하였다. 언어와 해당 언어 사용자들의 사고, 나아가 언어와 문화의 상호 연관성을 연구하는 언어인류학적 경향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민족과학(ethnoscience)이라는 명칭으로 발전되었다. 민족과학은 연구 대상 사회의 사람들이 토착적으로 사용하는 분류법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토착 화자들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자 하였다. 예를 틀어 친족 명칭의 분류법, 동식물의 분류법, 색채 언어의 분류법 등이 수집과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민족과학의 연구는 이후 언어인류학의 주요 연구 분석 방법인 성분분석(componential analysis)이나 민속분류법(folk taxonomy) 등의 발전으로 이어졌으며, 나아가 민족과학 연구는 언어와 인지 및 사고와의 관계를 다루는 인지인류학(cognitive anthropology)으로 발전되었다. 인지인류학은 각 문화의 고유한 언어현상과 인지 체계에 주목하여 언어를 통해 특정 언어 화자들의 분류 체계나 인지를 연구한다. 인지인류학이 발전함에 따라 각종 문화 영역의 명칭이나 분류법이 문화마다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각 사회나 문화의 맥락에 따라 이해되어야 한다는 상대주의적 입장이 강조되었다. 한편 1960년대 이후로는 사회언어학(sociolinguistics)적 접근법이 발전했다. 사회언어학적 접근은 언어와 사회의 관계에 주목하는 접근법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델 하임즈(Dell Hymes)는 사회언어학적 접근법을 인류학적 언어 연구에 적용하여 의사소통의 민족지학(ethnography of communication)이라는 언어인류학의 중요한 하위 분야를 발전시켰다. 의사소통의 민족지학은 '말하기'를 하나의 사회적 행위로 간주하고, '말하기'라는 사회적 행위의 규칙을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사소통의 민족지에서는 동일 언어 또는 언어 자원, 언어의 사용 규칙을 공유하는 공동체인 언어공동체(speech community)를 연구한다. 특정 언어공동체의 구성원은 언어사회화 과정을 통해 언어의 문법적 지식뿐만 아니라 언어 사용의 사회적 적절성(누가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학습하게 된다. 의사소통의 민족지학은 이러한 말하기 행위의 사회적 적절성에 주목하여 누가 어떤 말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규칙을 연구한다. 의사소통의 민족지학은 1970년대 초에서 중반의 시기에 언어인류학의 핵심 분야로 자리 잡았으며 현재까지도 언어인류학에서 가장 주요한 하위 연구 영역이 되어 왔다. 보다 최근에는 다양한 인류학적 관심사를 언어적 방법과 자료를 통하여 분석하려는 연구 경향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언어 현상을 통해 특정 집단의 정제성이나 권력 문제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있다. 이러한 연구 경향에 따라 언어인류학은 언어 사용의 매개가 되는 거시 사회구조의 문제와 언어이데올로기(language ideology)를 다루는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언어이데올로기는 특정 언어 또는 특정 언어의 사용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 평가, 가치를 의미한다. 언어이데올로기 개념은 1970년대 후반 마이클 실버스틴(Michael Silverstein)에 의해 제안되었으며 현재까지 언어인류학의 핵심 연구 분야 중 하나를 이루고 있다. 언어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이 특정 언어적 차이와 사회적 의미의 연결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하며, 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기도 다. 예를 들어 디즈니 영화에서 주인공은 주로 백인들의 표준 영어를 사용하며 악역은 주로 흑인 영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미국 내의 인종별 언어별 고정관념이 어떻게 특정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언어인류학의 분야는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하는 인지인류학적 연구, 언어와 사회의 관계에 주목하는 의사소통의 민족지학, 언어와 문화 또는 언어와 사회를 매개하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연구 등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하지만 다양한 언어인류학 분야의 연구는 모두 언어와 의사소통의 문화적 다양성에 관심을 갖고, 특정 언어 사용의 고유한 문화적, 맥락적 의미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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