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연구(area studies)란 지역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지역연구에서 '지역'은 일정하게 구획된 공 영역을 의미한다. 지역은 중층적 의미를 가져 여러 공간 범위를 나타낼 수 있다. 일상용어에서 동네(village/ neighborhood)를 지역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국내의 지방(province)도 지역이라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호남지방이라는 용어는 호남지역이라고도 쓰인다. 또 하나의 국가(state)를 지역으로 쓸 수 있으며 한 국가뿐 아니라 인접 국가들을 포함한 다국가 공간 영역(region)도 지역이라 일컫는다. 예를 들어 동북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이 다국가를 지역으로 일컫는 사례이다. 이렇듯 지역이 중층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지역연구는 어떤 범위의 지역을 연구하는지 혼동을 주는 때가 많다. 한국 학계에서는 지역연구를 논할 때 보통 국내 지역은 제외하고 해외 지역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만을 지역연구로 일컫는 경우가 많다. 학문체계로서 지역연구는 일반적으로 다국가 단위로 지역을 구분한다. 다국가 단위는 지리적으로 인접하며 문화적 유사성을 지닌 국가들을 포함하는 공간 영역이다. 유럽, 아프리카, 동북아시아, 중동, 북미 등이 지역연구에서 일반적으로 구분하는 지역 단위에 포함된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포함하는 동아시아지역 범주처럼 다국가 지역 단위를 넓힌 범주도 있으며 유럽을 서유럽지역과 동유럽지역으로 구분하는 범주처럼 다국가 지역 단위를 좁힌 범주도 있다. 개별 국가나 개별 국가의 마을, 도시 등을 대상으로 삼는 지역연구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국가 단위 이상의 공간 영역에 대한 연구를 지역연구라 부른다. 지역연구는 국경을 기반으로 하는 근대 국가 및 다국가 단위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 지역연구에서 지역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과학문의 협업이 필요하다. 지역연구는 학제적(interdisciplinary) 연구로 여러 분과학문에 걸친 연구이다. 지역연구에는 인류학, 역사학, 사회학, 경제학, 지리학 등 인문 사회과학 분과학문과 지질학, 농학 등 자연과학 분과학문이 관여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지역연구를 주도하는 분과학문으로는 인류학, 정치학, 역사학이 있다. 이들은 계량적 측면을 주로 다루는 분과학문보다 장기적으로 지역에 직접 관여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류학과 지역연구는 연구 대상과 방법, 관점에서 공유하는 바가 많다. 인류학자의 연구 방법의 하나는 연구 대상 지역에서 장기간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며 그 사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현지조사(fieldwork)이며, 현지조사 과정에서 현지어와 현지 관습을 배운다. 또한 인류학은 현지인의 관점에서 문화를 이해하고 차이와 특수성을 인정하는 문화상대주의 관점을 지녔다. 이처럼 연구 대상 지역에서 참여관찰을 하며 현지조사를 수행하고 지역의 언어와 관습을 배우며 문화상대주의 관점에서 문화를 이해하려는 인류학자는 지역연구에 크게 기한다. 타지역에 대한 탐구는 유럽이 식민지를 확장하던 시기에 확대되었으며 이 시기에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식체계인 오리엔탈리즘이 등장했다. 19세기 유럽의 식민지가 팽창하며 영국 런던의 왕립아시아학회(Royal Asiatic Society)와 같은 오리엔탈리즘 연구기관도 확장됐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식민관료, 선교사 등도 오리엔탈리즘 발전에 기여했는데, 특히 식민관료들은 식민지에 거주하며 식민지의 언어와 관습을 배우고 그 지역을 탐구했다. 영국은 1786년 말레이시아의 페낭(Penang), 1891년 싱가포르, 1824년 말라카(Malacca)를 점령하고 세 지역을 엮어 1826년 해협식민지(Straits Settlement)를 건설하였다. 해협식민지에 파견된 관료들은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학술 활동을 진행하였다. 식민관료이자 학자들은 1877년 왕립아시아학회 해협지부를 창립하여 개별 주(州)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탐구하였다. 이들은 높은 수준의 연구 결과를 남겼으나 이들의 연구는 결국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1895년 대만을 식민지화하며 오리엔탈리즘 지식체계를 확립해 나갔다. 일본은 1907년 남만주철도주식회사 산하 조사를 설립하여 중국과 아시아지역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대문에 동남아시아지역을 연구하는 기관을 설립했다. 1910년 조선을 식민지화한 후에는 1924년 경성제국대학을 설립하여 조선의 언어, 역사, 문화 등을 연구했다. 이렇듯 유럽 국가들이 동양을 지배하며 만든 지식체계가 오리엔탈리즘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지역연구 체계를 확립한 국가는 미국이었다.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지역연구의 필요성을 느낀 미국은 국방부를 중심으로 지역연구 프로그램과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당시 전쟁정보국(Office of War Information)은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에게 일본의 문화에 대한 연구를 맡겼는데, 베네딕트는 현지조사를 수행하지 않고도 여러 보고서와 도서, 미국 거주 일본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1946년 《국화와 칼》을 발간하였다. 한편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의 학계에서 지역연구(Area Studies)라는 표현이 등장하였으며 1946년 미국 사회과학위원회는 세계 지역연구위원회(Committee on World Area Research)를 설립했다. 1947년에 로버트 홀(Robert Hall)이 지역연구라는 학문체계를 정립하고자 했는데, 홀(1947)이 정리한 지역연구의 방향과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에 대한 총체적 지식 습득, 둘째, 협업 연구와 통합적 지식 추구, 셋째, 비교문화적 이해 추구, 넷째, 사회과학 분파주의 단점 극복이다. 홀이 제시한 지역연구의 방향과 목적은 인류학의 관점과 부합하며 인류학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지조사와 언어 및 문화이해가 지역연구의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대학의 지역연구 프로그램을 설립하고 지원했으며 록펠러재단, 카네기재단 등 민간재단들도 동참했다. 다른 국가들도 미국 방식의 지역연구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1950년대 들어서는 여러 유럽 국가와 호주, 소련 등에서도 세계의 각 지역을 연구하는 전문 연구기관들이 설립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가 1960년대에 이르러 적극적으로 지역연구를 지원했다. 한국의 지역연구는 1950년대 무렵에 시작되어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발전하였다. 1990년대 한국은 서울올림픽 개최(1988), 유엔 가입(1991) 등을 거쳐 세계화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디뎠으며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자 했다. 정부는 지역연구가 해외 시장 개척과 국제화에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1990년대 초 해외지역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도 정부의 해외지역연구 지원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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