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인류학은 인류학의 주요 하위 분과 중 하나로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에 기반하여 사람의 기원과 진화 과정,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물학적, 행동학적 특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생물학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물인류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인간 종의 생물학적 요소에 대해 연구하되 인간이 속한 문화와 사회를 고려하여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을 분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경과 계급사회의 진화에 대하여 생물인류학에서는 농경의 시작과 함께 사람의 뼈에서 폭력의 흔적이 관찰되는 빈도가 급격하게 증가한 원인이나 농경이 시작되며 인구 증가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진 원인 등에 대해서 탐구한다. 남성 중심의 계급사회로 발전하며 남녀에 따른 영양상태 차이가 있었는지 등도 생물인류학의 연구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생물인류학 연구에서는 뼈가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생물인류학자들은 뼈 내부의 동위원소나 DNA를 분석하기 위해 화학자들이나 생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학문과 공동연구를 하든 생물인류학의 분석 틀은 기본적으로 '진화'이다. 진화는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생물 집단의 형질과 행동 방식의 변화를 말한다. 이러한 생물인류학은 19세기 미국의 의사이자 과학자였던 새뮤얼 모튼(Samuel Morton)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모튼이 700개 이상의 머리뼈를 수집하고 측량하여 이들을 다섯 개의 인종으로 구분한 것이 뼈의 계측치를 이용해 집단을 구분하려는 최초의 도전이었다. 프랑스의 폴 브로카(Paul Broca)는 수많은 두개골을 계측하여 프랑스 인류학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다. 독일의 루돌프 마틴(Rudolf Martin)은 《인류학 교과서》에서 사람 뼈를 계측할 때 부위별 계측 방식을 자세히 기술하여 현재까지도 사람 뼈 계측의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19세기에는 이렇듯 사람 뼈를 계측하고 관찰하여 인종 간의 차이를 탐구하는 연구가 생물 인류학의 시초가 되었다. 생물인류학이 독립된 학문으로서 인류학의 분과로 자리 잡은 것은 21세기 초번 미국에서부터였다. 미국 인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란츠 보아즈(Franz Boas)는 20세기 초반에 미국 원주민의 문화와 언어 연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또 다른 연구 업적은 생물인류학적 연구였다. 보아스는 미국으로 이민 온 17,000명의 머리 크기를 계측하여 만 10세 이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아이들은 원래 태어난 지역 관계없이 머리 크기가 커짐을 발견했다. 보아스는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이민자들의 신체적 특징은 유전적 요인보다는 성장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는 주장을 하였다. 생물인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레즈 흐드리츠카는 의과대학 졸업 후 프랑스 파리에서 두개골 측정치를 이용한 생물인류학적 연구를 접하게 되었고, 스미소니언 박물관 최초의 생물인류학 큐레이터직을 맡았다. 그는 미국 원주민들과 동북아시아인의 신체적 특징이 유사하다는 것에 착안하여 미국 원주민들이 러시아와 알래스카를 거쳐 베링해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온 아시아인의 후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오늘날 그의 주장은 사실로 밝혀졌다. 비슷한 시기에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인류의 기원에 대해 연하는 학자들이 등장했다. 루이스 리키(Louis S. B. Leaky)와 그의 부인 메리 리키(Mary Leaky)는 동아프리카 올두바이(Olduvai) 계곡에서 파란트로푸스 보이지아이(Paranthropus boisei)로 알려진 인류 화석을 발견했다. 이렇게 아프리카에서 고인류 화석이 발견되면서 점점 많은 수의 생물인류학자들이 아프리카로 발굴을 떠나며 20세기 중반부터 생물인류학의 연구 지역이 미국과 유럽에서 점차 확대되었다. 이처럼 19세기부터 20세기 초에는 생물인류학이 인류학의 독립된 분과로 자리 잡았으며 20세기 중반부터는 생물인류학이 그 깊이를 더해가는 시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생물인류학 연구 틀을 갖추자는 움직임이 일었으며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한 셔우드 워쉬번(Sherwood Washburn)이 1951년 "새로운 생물인류학"이라는 논문에서 영장류, 인류 진화, 인간 다양성에 관한 연구는 진화생물학과 유전학의 틀을 사용하여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생물인류학이 깊이 있는 연구 이론을 가지게 되면서 20세기 후반부터는 생물인류학의 세분화가 시작되었다. 생물인류학의 분과로는 고인류학, 영장류학, 인간생물학, 법의인류학이 있다. 고인류학은 인류 진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영장류학은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인 영장류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영장류학에서는 사람을 제외한 원숭이와 유인원이 연구 대상이다. 인간생물학은 오늘날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간의 생물학적 다양성과 그 다양성의 원인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법의인류학은 생물인류학적 지식을 감식해 뼈만 남은 유해로부터 사망자의 신원과 사망 원인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뼈를 통해 사망자의 성별, 신장, 인종, 사망 당시 나이 등을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생물인류학에는 다양한 분과가 있으며 분과마다 연구 목적에 맞게 다른 학문 분야와 학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생물인류학은 인간의 생물학적·문화적·사회적 특징을 밝히고 계속되는 인간의 진화와 그에 따른 변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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