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류학은 인간의 경제를 인류학적 이론과 방법론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경제인류학자들은 인간의 경제에 대해 비교론적 관점·민족지적 관점·총체론적 관점으로 인간의 경제를 탐구한다. 비교론적 관점은 현대의 시장경제를 역사적으로 특수한 형태의 경제 제도라 여기며 역사 속에서 존재해 왔던 다양한 경제조직과 경제행위를 통해 미래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민족지적 관점은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경제행위가 실천되는 과정을 경험적 연구를 통해 파악한다. 총체론적 관점은 경제 체계를 독립적인 영역으로 간주하며 그 체계의 작동 커니즘을 탐구하고, 경제와 사회 전체의 연계성을 주목한다. 이러한 관점은 '원시경제'에 대한 고전적인 경제인류학 연구에서 강조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이를 현대 시장경제에 대한 연구에도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920년대 이후 경제인류학이 인류학의 하위분야로 등장하며 경제인류학은 미개사회의 경제활동에 대한 연구로 자리 잡았다. 경제인류학은 미개사회의 농경과 수렵채집 등 생산기술과 생산조직, 선물교환 등에 대하여 민족지적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현대의 시장경제 산업사회와 다른 경제활동에 대한 비교경제학적 관점을 제공했다. 그러나 식민화와 산업화 이후 '원시경제'가 해체되면서 경제인류학자의 전통적 연구 대상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50년대 이후 경제인류학은 발전과 개발의 문제, 비서구사회의 농민 경제 등 전통적인 경제체계와 시장경제가 접목하는 양상에 주목하게 되었다. 최근의 경제인류학은 시장경제의 작동 체제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데, 금융시장에 대한 민족지적 연구나 지재산권에 대한 연구 등이 이러한 경향을 보여준다. '경제적 인간'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논쟁은 경제인류학 내에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중요한 주제이다. 1960년대와 70년대 경제인류학 내부에서는 '실체론자'(substantivist)와 '형식론자'(formalist)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있었는데 이때에도 경제적 인간이라는 개념의 분석적 유용성에 대한 의견 차이가 두 진영을 구분 짓는 주요 사항이었다. 경제적 인간 개념의 기본적 명제는 이기심을 인간 행위의 보편적 동기로 여기는 것이다. 여기서 경제적 인간은 탐욕적이고 맹목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수단과 목적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즉,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최대화하는 효율적, 합리적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애 스미스 이후 공리주의 철학과 신고전경제학을 통해 경제적 인간이라는 개념은 근대 경제학의 기본 명제가 되었다. 1960-70년대에 경제적 인간과 합리적 선택에 대한 가정과 이를 기반으로 한 근대 경제학의 이론적 모델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제인류학자들이 등장했다. 조지 달튼(George Dalton), 폴 보하난(Paul Bohannan) 등 스스로를 '실체론자'라고 규정한 이들은 경제적 삶에 대한 새로운 설명 방식을 제시했다. 이들의 기본적인 인식은 문화상대주의적, 비교경제학적, 총체론적 관점이다. 실체론자들은 현대 시장경제는 역사적으로 특수 형태의 경제조직이며 시장경제를 모델로 한 경제학적 이론은 비시장경제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들은 재화의 생산과 분배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자기조정적 시장'(self-regulation market)을 현대 시장경제의 특이한 양상으로 간주하며 이는 정치와 경제가 제도적으로 분리되는 역사적 변화에 의해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비시장경제에서는 경제가 사회에 '묻어 들어'(embedded) 있어서 경제활동을 독립적으로 분석할 수 없으며 정치, 법, 가족 등의 사회의 여러 측면과의 상호연관성을 고려하는 총체론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에서는 경제적 인간과 합리적 선택 개념은 인간의 본성이나 인간의 보편적 행위 원리가 아니다. 실체론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제도화되어 있는 경제를 탐구하는 것이 경제인류학의 연구 과제라고 주장했다. 실체론자들은 신고전경제학의 접근방식을 수용한 이들을 형식론자로 불렀는데, 이들은 합리적 선택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보고 시장경제 아니라 '원시경제'와 농민경제의 분석에도 합리적 선택 모델을 적용하였다. 실체론자들은 가치에 대해서 신고전경제학에서처럼 개인의 욕망과 효용성 측면에서 접근하기보다 사회적 가치의 차원에서 설명해야 한다고 여긴다. 행위에 대한 윤리적·법적 평가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여 경제 행위를 분석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관점을 "도덕경제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덕경제에 대한 논의는 공정거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적 소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 경제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경제인류학의 총체론적 관점은 도덕적 가치뿐만 아니라 권력과 문화, 상징적 가치를 경제를 구성하는 내부 요소 중 하나로 인식한다. 따라서 경제인류학은 시장과 사회가 맺는 상호연관성을 탐구하고 있으며 시장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성찰과 대안적 해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경제인류학은 더 이상 단순히 '원시경제'를 연구하는 인류학의 하위 분야가 아니며 그 연구 영역도 농민경제, 도시의 비공식 경제, 복지, 글로벌 소비문화 등 광범위하게 확장되어 왔다. 나아가 윤리적 소비, 기본소득 등 사회운동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경제인류학은 철학적 지향점을 가지는 경험적 사회과학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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