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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

개발인류학 - 빈곤과 국제개발 프로젝트

by seawworld 2024.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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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용인류학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류학적 지식과 방법론, 문화상대주의 관점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개발인류학(development anthropology)은 응용인류학 중에서도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적 발전을 위하여 인류학적 지식을 적용하고 열악한 삶의 환경을 개선하고자 개입하고 실천하는 인류학이다. 'development'는 일반적으로 발전 또는 개발이라고 번역되고 혼용되는데, 그 의미는 명확히 구분될 필요가 있다. '발전'(하다)은 자동사로 진화, 개선, 진보, 성장과 발달을 의미하지만, '개발'(하다)은 타동사로 외부의 개입이 특정 대상을 계획적으로 개조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작스 외 2010).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신생국이 독립하면서 선진국들이 신생국에 적극적으로 해외원조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개발인류학자들은 신생 독립국의 원주민들과 농민, 도시빈민, 여성, 어린이들의 권리와 정체성을 보호하고 전통문화와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고자 노력하였으며, 여러 분야에서 주민 참여적 개발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유엔이 '개발연대'로 선포한 1960년대 이후에 '제3세계'의 대외원조와 국제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많은 인류학적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개발인류학자들은 선진국의 원조 기관과 국제금융기구에서 자문관으로 활동하며 세계 각자의 개발 사업을 평가하고, 개발사업과 개발 원조의 진행 과정에 대한 비교연구를 수행했다. 또한 국제개발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비정부단체(Non Governmental Organization, NGO), 시민사회단체(Civil Society Organization, CSO)가 급증하면서 개발인류학의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기도 하였다. 개발인류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빈곤 문제와 국제개발 프로젝트의 실행 및 평가이다. 개발인류학자들은 빈곤과 문화에 대한 다차원적 접근법을 주장함으로써 세계은행 등 주요 원조기구의 경제와 기술 결정론적 관점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인류학자들은 인도, 멕시코, 방글라데시 등에서 현지연구를 수행하며 '빈곤의 문화'(culture of poverty)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다. '빈곤의 문화'는 루이스(Oscar Lewis)가 멕시코 도시 빈민층의 삶과 문화의 특성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도시 빈민들의 삶에는 가난이라는 하위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루이스는 70여 가지의 경제·사회·심리적 특성으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빈곤의 문화를 설명하였다. 예를 들어 빈민들은 실직, 저임금, 직업의 불안정, 무계획적 소비의 반복이라는 경제적 특성을 보였다. 사회 문화적으로는 빈번한 알콜 중독과 잦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권위주의적 가족관계 등이 나타났다. 빈민들은 심리적으로도 무력감, 고립감 등을 보였다. 루이스에 따르면 이러한 생활방식은 다음 세대로 전승되며, 그 결과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루이스 2013). 이러한 주장은 많은 논쟁을 낳았으나, 많은 진보적 인류학자는 빈곤이 개인이나 문화 때문이라기보다는 불평등과 같은 구조적 원인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들은 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개선하고 사회문화적 모순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Valentine 1968). 이러한 인류학자들의 빈곤과 사회구조·문화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은 세계은행이나 유엔 같은 국제개발기구들의 관점에도 영향을 주었다. 1968년 맥나마라(Robert MeNamara)가 세계은행 총재가 되면서 개발의 목표가 가난한 국가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 수준과 성장률을 올리는 것에서 주민들의 실질적인 생활 수준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70년대에는 인간의 기본욕구(Basic Human Needs)를 충족시키는 개발 패러다임이 보편화되었고 삶의 질을 지표화한 인간개발지수(HDI)도 등장했다. 인간개발지수는 평균수명, 문해율, 학교 등록률과 실질 구매력 기준의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성차, 빈곤, 건강, 지식, 인간 안보, 직업안정, 범죄 등과 연계하여 측정한다. UNDP의 인간개발지수 개념은 수명, 건강, 자율성, 권력 획득, 교육, 참여와 선택권 등의 문화발전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수들은 개발의 목표와 개념이 점점 인간의 삶과 직결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경제와 국가 중심주의에서 인간과 문화, 공동체 중심으로 관심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발인류학자들은 단순한 소득증대로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며 공동체의 지속과 사회 불평등 해소가 매우 중요하다고 여긴다. 따라서 개발인류학자들은 토착적·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며 개발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다. 인도의 나르마다 댐 건설 반대운동처럼 개발인류학자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무차별적 대형 개발사업에 반대하여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Oliver-Smith 2005). 또한 개발인류학자들은 자신이 연구하는 주민들을 대변하고 옹호하며 로비활동을 벌여 주민 주도적인 변화를 끌어내고자 노력한다(Chambers 1983). 개발인류학자들의 개발과정에 대한 비판적 개입은 공여국의 입장 또는 원조 전문가들의 정책, 프로젝트를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개입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을 다면적으로 검토하고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다 참여할 수 있고 자발적이며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게 조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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